TAG Clouds

New Postings

  • 머리를 너무 높이 들지 말라. 모든 입구는 낮은 법이다.
    - 영국 속담

CoLoR (BLOG)

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조회 수 3028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 새벽편지 가족 -


---------------------------------------------


아내를 떠나보낸 절절한 심정이
이 새벽 우리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듭니다.
아내... 남편...
보통 인연으로 만난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 제껴두지 마십시오.
지금 더 사랑하고 더 아끼세요.

  • satski 2007.12.28 19:24
    제 부모님께서는 지난 2월에 이혼하셨습니다. 그러나 항상 스트레스 해소는 저였습니다. 언제나 상처받고 울고 죽고싶어하는 사람이 바로 저라는 것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 Dreamy 2007.12.29 02:15
    그러셨군요. 늘 상처 입는 쪽은 아무 힘이 없는 쪽이지요. 아마 부모님께서도 가장 걱정하셨던것이 satski님께서 상처받는 것이었을거예요. 그래서 분명 많이 망설이셨을거예요.

조회 수 3826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Brown :
그래, 생각을 해보자.
Brown, 자네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꼽아 보자면
자네의 일, 가족, 여가생활, 사랑, 인격수양... 같은 것들이 있겠지?

Black :
응. 취미나 연애, 걱정, 인관관계로 인한 한숨이나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한 시간들도 모두 포함해서 말야.

Brown :
맞아. 그것들이 자네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어떻게 될까?

Black :
글쎄.. 어차피 일은 깨어있는 동안은 할 것이고, 내 직업 역시
나를 완성시키는데는 반드시 필요할 거야. 50% 정도?
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들 역시 삶과 직업을 가지는 이유가 될테니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들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 줄테니까
30%정도. 조금 짠가?
그 외에 내 취미역시 향후 나의 먹을 거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채워주는 부분이기도 하고,
또한 사람은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고,
내 인격 수양이나 철학적 고민같은 것들 역시 사람이 태어 났다면
한번씩 생각해 보봐야 하는 것이니 모두 10% 정도.
나머지 10%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나 수많은 인생의 변수를 위해
남겨두도록 하지 뭐.

Brown :
그렇지.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네.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야 60%가 넘지 않고,
가족과의 교감과 사랑의 자신의 삶에 대한 중요도는
30%는 너무 적지.
그런데 그런데 말야.

Black : 응?

Brown :
왜 많은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90%를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걸까?
지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에 대해 '지금' 시간을 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을텐데 말야.

Black :
왜 자신의 삶이 아닌 삶을 자꾸 살아가느냐고?

Brown : 그렇네.

Black :  너나 잘 하세요~
  • satski 2007.12.28 19:18
    자신이 걷는 길은 자신이 정해야 할 의무입니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빕니다.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2006.11.20 20:00

번개, 나무

조회 수 501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나무.jpg

yellow : 어 번개가 치네.

violet : 아닐세 이건 나무일세.

black : 번개야. 번개. 번개. 번개. (번개라규우~ --^)

violet : 그러지 말고 이걸 보게나, 마치 나무같지 않나?

 


땅에서 보니 자네 말대로 번개 같은데,
뒤집어 보니 영락없는 나무같군.
그렇게 다시 번개를 바라보면, 번개와 나무는 닮은 부분이 있어보여.
하늘을 바라보는 땅의 마음이니,
땅을 향한 하늘의 외침이니 하는 소녀적 감상에서 부터
높고 크지만 그 시작은 결국 작은 에너지들의 부딪침이라는 것.
많은 가지와 모양이 있어보이지만 한가지 뿌리에서 나온다는것.

black : 그리고 넌 지금 너무 감상적이라는 것. (그냥 번개야.)

violet :
왜 그렇게 눈에 보이는 대로만 사물을 보려고 그러나.
우리 눈은 어쩌면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사실 우리가 보이는 대로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보아야한다고 생각하는대로 보고 있는 거라구.

black : 철학 싫어.

violet : 후후. 그래 그래..

  • satski 2007.12.28 19:14
    삶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삶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Dreamy 2007.12.29 02:13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비친 '세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2006.12.06 10:56

무재칠시(無財七施)

조회 수 4244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가 호소를 하였다 .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 무슨 이유입니까?"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남에게 줄 것이 있어야 주지 뭘 준단 말입니까?"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 재산이 없더라도 남에게 줄 수 있는 7가지는 있는 것이다"

첫째는 화안시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이 화안시인데 미소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는 언시
말로써 남에게 얼마든지 베풀 수 있으니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 등이다.
영국의 중산층이 되려면 Please, Thank you, Excuse me
세마디를 말머리나 끝에 붙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이 무재언시(無財言施)라 하겠다.

셋째는 심시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이다.

넷째는 안시
호의를 담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눈으로 베푸는 것이다

다섯째는 신시
즉, 몸으로 때우는 것인데 짐을 들어 준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신시이다.

여섯째는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좌시요.

일곱째는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찰시이다.

"네가 이 일곱가지를 몸소 행하여 습관이 붙으면 너에게 행운이 따르리라".
  • Dreamy 2006.12.06 10:57
    맞는 말이다..
  • satski 2007.12.28 19:12
    이 일곱가지를 실천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운이 아니라 행복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이니까요.

2006.12.19 08:58

천부적 재능

조회 수 386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그 제자는 유태인이었다.
"제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려면 어떤 선한 일을 해야 하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겠나?" 스승이 말했다.
"성서에 보면
아브라함은 친절을 베풀었고,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다고 되어있지.
엘리야는 기도하기를 좋아했고,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네.
다윗은 나라를 다스렸고, 하느님께서는 그와도 함께 계셨지."

"제가 제 나름으로 받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있고 말고. 자네 마음이 가장 깊이 끌리는 것을 찾게나.
그리고 그걸 따르게."


- 삶이란 마치 음악과 비슷해서,
  규칙보다는 느낌과 본능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것을
  알아들어야 합니다. -

  • satski 2007.12.28 19:09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삶이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Board Pagination ‹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1 Next ›
/ 3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