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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만,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허상을 조금씩 버릴 수 있다.
    - 존 랭카스터 스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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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500년전의 역사가 오늘날 또 되살아 나는 구나...
가증스런 소국의 족속들아.

밑에거 먼저 읽고 상소문 읽으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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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아빠들 “인수위,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다음)

http://news.media.daum.net/society/education/200801/28/hani/v19769206.html

조기 유학열풍은 영어를 위한 유학이 아닌 교육여건을 고려한 경제적 선택이죠.
영어는 덤일 뿐입니다. 유학에 드는 비용이나... 국내에서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알고보면 별 차이가 없는데 투자 결과인 학력평가나 교육성과, 교육여건 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학을 보내는 겁니다. 새정부는 교육여건에 대한 국민의 아픔을 동감하기 보다 사대주의에 빠져 국민을 재단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국제적 환경을 고려했을때 매우 중요한 과목임에는 틀림없지만 국민 모두가 갖춰야 할 필수덕목은 아닙니다. 내수위주의 기업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철학,역사, 사회문화를 가르치는 자가 영어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출기업이라 할지라도 계약을 다루는 업무에만 영어가 필요할뿐 상품제조에 영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시간을 전문분야에 투자하는게 100배 좋은 선택이죠. 그들은 왜 온국민이 영어에 미쳐야 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역시나 역사는 반복됩니다. 조선시대 명나라에대한 사대주의에 빠졌던 그 역사의 반복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때 집현전 학자라는 놈들.. 최만리등이 올린 상소문을 보면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상소문 중 일부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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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조정 이래로 지성껏 중국문화를 섬기어, 오로지 중국제도를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중국과 문물제도가 같아지려고 하는 때를 맞이하여, 언문을 창제하시면 이를 보고 듣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상히 여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  대한민국 건국이래 지금껏 우리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왔고 미국의 제도에서 많은것을 배워왔습니다. 국제교류의 시대가 열리는 이때에 영어는 필수적인 선택이며 국민 모두가 갖춰야할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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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싱크로율 100%에 가깝지 않습니까?
자기들의 문화를 못지킨 나라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잊고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과연 선진국이 되었는지 묻고 싶네요.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와 상품성을 가지게 합니다. 대세를 이용하는 것과 대세에 흡수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내것부터 확실히 한 다음에 남의것을 살펴봅시다. 자기 역사도 일본과 중국에 뺐겨가는 판에 맥없이 대세에 흡수되서는 문화적 속국이 될 뿐입니다.
자기문화 경시현상은 또다른 을사오적을 만들것입니다. 이런 후진 나라는 그냥 선진국에 복속되는것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을 만든다는 겁니다. 우리 역사는 선택인데 영어는 필수인 교육환경에서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알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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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萬理等 諺文創制 反對上 文 (世宗實錄 券一百三 十九張)
최만리등 언문창제 반대상소문 (1444.2 세종실록 권일백삼 십구장)

臣等伏覩諺文制作 至爲神妙 創物運智 出千古 然以臣等 區區管見
尙有可疑者 敢布危懇 謹疏于後 伏惟聖裁

신등(臣等). 신등(臣等)이 엎드려 언문의 제작을 살피옵건데,
지극히 신묘(神妙)하와 창물운지(創物運智). 창물운지(創物運智)가 멀리 천고에 뛰어나나,
신등의 구구(區區)한 관견(管見). 관견(管見)으로는 오히려 의심스러운 바가 있사옴으로,
감히 위간(危懇)을 베풀고 삼가 뒤에 조목(條目)을 드는 바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는 바, 거룩한 재결(裁決)을 바라는 바입니다.

【漢字】覩:볼 도 諺:상말 언 妙:묘할 묘 疑:의심할 의 懇:정성 간 謹:삼갈 근 疏:상소할 소 聖:성인 성 裁:결단할 재

[참고]...여기 신등이라고 한 것은 한 사람이 아니고 이상소에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創物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냄을 말함. 運智는 슬기의 운용, 즉 지식을 짜내어 일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좁은 所見이라는 말로 원뜻은 대나무통 같은 좁은 것으로 세상일을 내다본다는 뜻이다.
위간(危懇)...위험을 무릎쓰고 간청하는 것.

【解設】이것은 세종 26년 2월20일에 최만리를 중심으로 한 집현전의 일부학자들이
훈민정음의 창제를 반대하기 위하여 세종에게 올린 상소문의 서두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이 반대 상소에 가담한 대표적인 학자는 최만리, 신석조, 김문, 정창손, 하위지, 송처검, 조근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들은 당시 집현전을 대표하던 쟁쟁한 학자들로 당대의 학풍을 주름잡던 사람들이다.
이에 흥미있는 사실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한 사람도 집현전 학자요, 반대한 사람들도 집현전의 학자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집현전 내부의 갈등과 학문적 바탕의 대립을 뜻하는 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또한 여기 보인 반대상서의 내용은 어떤의미로는 당대 학계의 여론을 집약한 것이라고도 할만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반대 상소문은 훈민정음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一, 我朝自祖宗以來 至誠事大 一遵華制 今當同文同軌之時 創作諺文 有駭觀聽 曰 諺文皆本古字 非新字也
則字形雖倣古之篆文 用音合字 盡反於古 實無所據 若流中國 或有非議之者 豈不有愧於事大慕華

우리나라는 조종조이래로 지성으로 사대(事大)하고, 한결같이 중화의 제도를 준수하여
지금 동문동궤(同文同軌)의 때를 당하옵는데 언문을 창작하신 것을 듣고 봄에 이상히 여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혹시 말하기를 언문은 모두 옛글자를 근본으로 삼은 것으로 새로운자가 아니라고 하신다면
곧 자형(字形)은 비록 옛날의 전문(篆文)을 모방하였더라도 용음(用音)과 합자(合字)가 옛것과 반대되는 일이며,
실로 근거할바가 없는 바입니다. 만약 중국에 흘러가서 혹시 옳지 못함을 의논하는 사람이 있을때는
어찌 사대모화(事大慕華)에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漢字】遵:좆을 준 軌:범 궤 駭:놀랄 해 :혹시 당 倣:본받을 방 篆:전자 전 據:의거할 거

[참고]사대(事大)...작은 나라가 큰나라를 섬기는 것. 조선은 건국때부터 명나라를 섬기는 것을 국시(國是)로 삼아왔다.
동문동궤(同文同軌)...同文은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것. 同軌는 모든 규범, 곧 법률제도를 한가지로 한다는 것.
전문(篆文)...전(篆)문자(文字). 篆은 고대 한자체의 하나.
용음(用音)...음(音)의 운용에 관한 규칙. 한자의 음가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주로 반절법(反切法)을 이용해 왔는데
훈민정음으로써 표기하는 방식은 그러한 반절법과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합자(合字)...반절법과 한글표기법의 차이를 말한다. 반절법에서는 東을 德紅切로 표기하는것과 같이
두자의 음을 축약해서 표시하게 되어 있으나,
훈민정음은 ㄷ+ㅗ+ㅇ과 같이 세 조각으로 나누어 바로 표시하게 되어 있음을 말한다.


[解說】지금까지 써오던 한자를 버리고 새로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것은 동문동궤라는 사대의 기본정신에
크게 벗어나기 때문에 사대모화에 위배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一, 自古九州之內 風土雖異 未有因方言而別爲文字者.
惟蒙古 . 西夏 . 女眞 . 日本 . 西蕃之類 名有其字
是皆夷狄事耳 無足道者 傳曰 用夏變夷 未聞變於夷者也
歷代中國 皆以我國 有箕子遺風 文物禮樂 比擬中華
今別作諺文 捨中國而自 同於夷狄 是所謂棄蘇合之香
而取 螂之丸也 豈非文明之大累哉

둘째, 예로부터 구주(九州)의 안에 풍토가 비록 다르나, 방언으로 말미암아 따로이 문자를 만든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몽고, 서하, 여진, 일본 서번의 무리들이 각각 문자를 가지고 있으나,
이는 모두 이적의 일일뿐 족이 말할것이 못되옵니다.
전(傳)에 이르기를 오랑케를 중화(中華)로 변(變)케 한다고는 하였으되,
중화로 하요금 오랑케로 변케 한다는 말은 듣지 못 하였습니다.
역대(歷代)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기자(箕子)의 유풍(遺風)이 있다고 하였고,
예악(禮樂)과 문물이 중화에 견줄만하다고 하였는데,
이제 따로이 언문을 지어 중국을 버리고 스스로 이적(夷狄)과 함께하니
이야말로 소합(蘇合)의 향(香). 소합(蘇合)의 향(香)을버리고 당랑( 螂)의 환(丸)을 취하는 것이라,
어찌 문명의 큰 누(累)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漢字】狄:오랑캐 적 箕:키 기 擬:비길 의 棄:버릴 기 螂:사마귀 랑 丸:알 환 累:더럽힐 루


[참고]구주(九州)...中國. 옛날에 중국이 아홉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傳)...전해 내려오는 古典.
향(香)...페르샤등지에서 나오는 낙엽교목(落葉喬木)의 나무껍질속에서 딴 기름. 약용으로 쓰임.
당랑( 螂)의 환(丸)...쇠똥구리의 환약.
壯子에 나오는 말로 눈앞의 이익을 탐내어 뒷날의 병환을 돌아보지 않는것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

【解說】한자를 버리고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은 문화안으로써 긍지를 버리고
후환을 만드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 앞항의 내용을 부연함


一, 新羅薛聰吏讀 雖爲鄙俚 然皆借中國通行之字 施於語助 與文字元不相離
故雖至胥吏僕隷之徒 必欲習之 先讀數書 粗知文字
然後乃用吏讀 用吏讀字 須憑文字 乃能達意 故因吏讀而知文字者頗多
亦興學之一助也 若我國元不知文字 結繩之世 則姑借諺文 以資一時之用猶何 而執正議者
必曰與其行諺文以姑息 不若寧遲緩而習中國通行之文字 以爲久長之計也
而況吏讀行之 數千年 而簿書期會等事 無有防礎者 何用改舊行無弊之文 別創鄙諺無益之字乎



셋째, 신라 설총의 이두(吏讀)는 비록 비루(鄙陋)하고 속(俗 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중국에서 통용하는 글자를 빌려서 어조사에 쓰는 까닭에 문자(文字)와 더불어 본시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옵니다.
그런 까닭에 서리(胥吏)나 하인의 무리들까지도 반드시 이를 배우자면 먼저 몇가지의 글을 읽고,
얼마만큼의 문자를 안 연후에라야, 이두를 쓰게 되옵고 이두를 쓰는 사람은 모름지기 한자에 의지해야만,
이에 능히 뜻에 통달할수 있으므로 이두로 말미암아 한자를 알게되는 일이 매우 많아
역시 학문을 일으키는데 일조(一助)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처음부터 글자를 알지 못하고 결승(結繩)의 세상과 같다면
곧 비로소 언문을 빌려서 한때의 쓰임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가당하겠다고 할수 있으나,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언문을 써서 고식적(姑息的)인 편의를 도모하기보다는
차라리 늦고 느리더라도 중국에서 통행하는 문자를 익히어 오래고 긴 계책을 삼는 것보다 못하다고 할 것입니다.
하물며 이두가 통행된지 수천년에 관청의 문서기록(簿書)나 약속으로 쓰임(期會) 등의 일에 탈이 없었거늘
무엇 때문에 예로부터 행함에 폐단(弊端)이 없는 글을 고치어서
따로이 비언(鄙諺)하고 이익됨이 없는 자를 창작하고자 하시나이까.

【漢字】薛:나라이름 설 鄙:더러울 비 俚:속될 리 胥:아전 서 僕:사내종 복 隷종 례 憑:기댈 빙
頗:자못 파 繩:줄 승 資:재물 자 況:하물며 황 簿:장부 부 礎:주춧돌 초


[참고}이두(吏讀)...한자(漢字)의 훈(訓)이나 음(音)을 이용해서 한문에 토(토)를 달거나
혹은 국어의 표기에 이용한 표기법의 일종을 일컫는다.
문자(文字)...여기서 말하는 문자는 전부 漢字를 지칭한다. 이에비해 우리 글을 諺文이라 하고 있다.
결승(結繩)...일정한 사상이나 개념을 끈의 매듭으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기 이전에 기억을 오래 간직하거나,
상대방에 무엇을 전달하기 위하여 기호로 쓴 것이다.
비언(鄙諺)...야비하고 속된 것.

若行諺文則爲吏者 傳習諺字 不顧學文 文字吏員岐而爲二
苟爲吏者以諺文而宦達 則後進皆見基如此也 以爲二十七字諺文
足以立身於世 何須苦心勞思 窮性理之學哉
如此則數十年之後 知文字者必少 雖能以諺文而施於吏事 不知聖賢之文字
則不學墻面 昧於事理之是非 徒工於諺文 將何用哉 我國家積累右文之化
恐漸至掃地矣 前此吏讀 雖不外於文字 有識者尙且鄙之 思欲以吏文易之
而況諺文與文字 暫不于涉 專用委巷俚語者乎
借使諺文 自前朝有之 以今日文明之治 變魯至道之意 尙지循而襲之乎
必有更張之議者 此約然可知之理也 厭舊喜新 古今通患
今此諺文 不過新奇一藝耳 於學有提 於治無益 反覆籌之 未見其可也


만약에 언문이 통행하게되면 관리된자는 오로지 언문자만 익히고 학문을 돌아보지 않게되어
한자와 관리는 갈라져 둘이 될 것이오며, 진실로 관리된자가 언문만으로 환달(宦達)하게되면
곧 후진들도 모두 이와 같이됨을 보고 스물일곱자의 언문만으로도능히 세상에 입신할 수 있다 할 것이니
무엇 때문에 고심 노사(勞思)해서 성리의 학을 궁구하려고 하겠습니까.
이와같이하여 수십년이 지낸 다음에는 한자를 아는 사람이 반드시 적을 것이오며
비록 언문으로서 관공서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하온들 성현의 한자를 알지 못함은
곧 배우지 못함이 담장을 면대한 것과 같아, 사리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 어두울것이오니
부질없이 언문에 힘쓴들 장차 무엇에 쓰겠나이까?
우리나라는 누대(累代)로 쌓여온 우문(右文)의 풍화가 점차 땅을 쓴 듯 없어져 버릴지 두렵나이다.
앞서 쓰여온 이두는 비록 문자에 벗어남이 없음에도 유식자들은 아직도 이것을 비루히 여겨
이문(吏文)으로써 이것을 바구고자 생각하거늘 하물며 언문은 한자와는 조금도 상관함이 없는 것이며
시장거리의 속된 말만을 쓰는것임에 있어서야(더 무엇을 말하겠나이까) .
가사(假使) 언문이 전조(前朝)에서 있어온 것이라 하더라도 오늘날 같은 문명의 정치에 있어서
變魯至道로 아직도 옳다고 여기어 그대로 이어받아 습용할만한 것이오리까?
반드시 다시 의논할자가 있을 것임은 작연히 알 수 있는 이치이옵나이다.
옛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하는 것은 고금의 통환이라 하겠거니와
지금 이언문도 신기한 재주에 지나지 않을 따름입니다.
학문에 손해됨이 있고 정치에 이익이 없는 것인바, 뒤엎어 이를 헤아려도 옳은 점을 발견할 수가 없는 바입니다.

【漢字】宦:벼슬 환 昧:어두울 매 漸:차차 점 暫:잠깐 잠 涉:건널 섭 魯:노나라 로 循:좆을 순
襲:엄습할 습 覆:되풀이할 복 籌:꾀할 주


[참고]환달(宦達)...관리로써 입신함
우문(右文)...文을 중히 여기는 것 여기서 文은 漢字
이문(吏文)...옛날 하급 관료들이 사대교린(事大交隣)이나, 일상의 잡무 처리에 사용하던 독특한 문체의 한가지
變魯至道...變魯는 魚魯混眞과 같은 말이다.
어로혼진은 글자를 혼동해서 서로 뒤섞여 쓰는 것을 말한다. 至道는 도리에 맞다는 뜻.
【解說】앞 조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모든 문화의 척도를 한자 한문을 기주능로 해서 생각하던 사대주의 한학자들의 그릇된 생각이
얼마나 민족주체성에 병들어 있었는가를 가히 알만한 것이다.



一, 若曰 如刑殺獄辭 以吏讀文字書之 則不知文理之愚民 一字之差 容惑致寃
今以諺文 直書其言 讀使聽之 則雖至愚之人 悉皆易曉而無抱屈者
然自古中國 言與文同 獄訟之間 寃枉甚多 借以我國言之 獄囚之解吏讀者
親讀招辭 知其誣而不勝楚 多有枉服者 是非不知招辭之文意 而被寃也 明矣
若然則雖用言文 何異於此 是知刑獄之乎不乎 在於獄吏之如何 而不在於言與文之
同不同也 欲以諺文而乎獄辭 臣等未見其可也


넷째, 혹시 말하기를 형살(刑殺)과 옥사(獄辭)같은 것도 이두로써 이를 쓰게 되면,
문리(文理)를 알지 못하는 우민(愚民)도 한글자의 차이로 말미암아 간혹 원통하게 될 것도
이제 언문으로써 그말을 바로 쓰고서 이석을 읽어 듣게 한다면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다 쉽게 알아 듣게 되어 억울하게 당할 사람이라도 다 쉽게 알아듣게 되어
억울하게 당할 사람이 없다고 할 것이오나,
자고로 중국은 말이 글과 같은데도 옥송(獄松)간에 원통하게 당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만일에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옥수(獄囚)중에 이두를 해득하는 사람이 몸소 초사(招辭)에 이기지 못하여
왕복(枉服)하는 사람이 많이 있사오니, 이는 곧 초사의 글뜻을 몰라서 원통하게 당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한 일입니다.
그러하온즉 비록 언문을 쓴들 무엇이 이것과 다르겠습니까.
이러써 죄인을 다스리는 일공평함과 불공평함은 옥리(獄吏)의 여하에 있고
말이 글과 같고 같지 않음에 있지 않음을 알수 있을 것이옵니다.
언문으로써 옥사를 공평하게 하고자 하신다면 신등은 그 타당함을 찾지 못하겠나이다.

【漢字】獄:송사 옥 寃:원죄 원 悉:다 실 曉:깨다를 효 枉:굽힐 왕 囚:사둘 수 誣:꾸밀 무


[참고]형살(刑殺)..법을 어긴 죄인을 다스리는 것.
옥사(獄辭)...율법(律法)
옥송(獄松)... 법을 다스리는 것.
옥수(獄囚)...죄를 범해 옥에 갇힌 사람..
초사(招辭)...자기가 법한 죄를 자백하는 말
추초( 招)...매를 치는 것.
왕복(枉服)...굽혀서 복종하는 것.

【解說】이것은 훈민정음이 지닌 편민주의(便民主義)를 부당하다고 반박한 대목이다.
세종은 훈민정음의 서문에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바가 있어도
제뜻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이 많도다"고 한 점을 상기할 것이다.
진실로 훈민정음 창제의 근본동기는 이 서문에서 명확히 들어나는 바,
최만리등이 이 대목을 들고 나온 것은 사전에 세종이 이러한 내용을 설명한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훈민정음이 백성을 위한 백성의 글이 되게 하고자 한 세종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을 곳이다.

一, 凡立事功 不貴近速 國家此來措置 皆務速成 恐非爲治之體 曰諺文不得已而爲之
此變易風俗之大者 當謀及宰相下至百僚 國人皆曰可
猶先甲先庚 更加三思 質諸帝王而不悖考諸中國而無愧 百世以俟聖人而不惑 然後乃可行也
今不博採群議 驟令吏輩十餘人訓習 又輕改古人已成之韻書 附會無稽之諺文 聚工匠數十人刻之
劇欲廣布其於天下 後世公議如何 且今淸州椒水地幸 特慮年? 扈從諸事 務從簡約
比之前日 十減八九 至於啓達公務 亦委政府 若夫諺文 非國家緩急 不得已及期之事
何獨於行在 而汲汲爲之 以煩聖躬調燮之時乎 臣等尤未見其可也



다섯째, 무릇 일의 공(功)을 세움에 있어서 가깝게 속히하는 것을 귀히여기지 않사온데
국가의 근래의 조치(措置)가 모두 속성으로 힘쓰시오니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에 어긋날까 두렵습니다.
만약 이르기를 언문을 부득이 쓰지 않을수 없다 하오면 이는 풍속을 바꾸는 큰 일이라,
마땅히 재상(宰相)에게 상의하셔야 하옵고 아래로 백관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옳다고 이를지라도
선갑선경(先甲先庚)으로 거듭 생각을 더 하시옵고 여러 제왕에게 물어 어그러지지않고
중국에 상고하여 부끄러움이 없으시옵고
백세에 성인이 나타나셔도 의심스러운바가 없은 연후에야 이에 가히 행하실 것이옵나이다.
이제 여러 사람의 의논을 널리 들으시지도 않으시고
갑자기 하급관리(吏輩) 십여인으로 하여금 익히어 배우게 하옵시며,
또 경솔히 옛사람의 이미 이루어 놓은 운서를 고치어 근거없는 언문으로 부회(附會)하고
공장(工匠)수십인을 모아 이를 새기어 급히 천하에 광포하고자 하시니
후세에 공의(公議)가 어떠하겠습니까.
또 지금 청주(淸州) 초수(椒水)의 행차에 있어서는 염려하시어
호종(扈從)하옵는 공무(公務)까지도 대신들에게 위임하고 계시온데,
저 언문은 국가의 완급함이 부득이 기한(期限)에 미칠 일도 아니온데,
어찌하여 유독 행재(行在)에서 급급하게 하시어 성궁의 조섭(調燮)하실 때를 번거롭게 하시나이까.
신등이 더욱 그 타당함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漢字】悖:이그러질 패 採:캘 채 稽:상고할 계 劇:바쁠 극 ?:흉년들 겸 扈:뒤따를 호
煩:번거로울 번 躬:몸 궁 尤:더욱 우


[참고]선갑선경(先甲先庚)...역(易)의 "先甲三日 後甲三日"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새로 만드는 법령으로 백성들이 아직 익지 못한 까닭에
반포하기 삼일전에 은근히 타이르고 반포후 삼일만에 실시한다는 뜻이다.
언문부회(諺文附會)...세종은 25년 12월에 훈민정음을 지으시고 곧 달아서 26년 2월 집현전 학사들에게 명하여
중국의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의 언해(諺解)를 명하였다. 여기서는 이 운해 언해의 작업의 추진을 이르는 것이다.
호종(扈從)...호위하여 따름
계달(啓達)...글을 써서 임금에게 올리는 것.
조섭(調燮)...조리(調理) 조화(調和)와 같은 말로 조절해서 알맞게 한다는 뜻.

【解說】이 대목은 세종의 결심과 결의, 그리고 굳은 신념이 여하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여기에는 그러한 세종의 의지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1) 여러 사람의 의논도 듣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추진했다.
(2) 제작과 동시에 이배에게 훈습시켰다.
(3) 운해의 언해를 촉진하고 빠른 시일안에 인각시키고자 했다.
(4) 훈민정음의 창제를 국가의 여하한 일보다도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했다.



一, 先儒云 凡百玩好 皆奪志 至於書札 於儒者事最近
然一向好着 亦自喪志 今東宮 雖德性成就 猶當潛心聖學 益求其未至也
諺文縱曰有益 特文士六藝之一耳 況萬萬無一利於治道
而乃硏精費思 竟日移時 實有損於時敏之學也
臣等 俱以文墨末技 待罪侍從 心有所懷 不敢含默 謹 肺腑 仰瀆聖總


여섯째, 옛 유학자가 이르기를 법백의 완호(玩好)가 모두 뜻을 빼앗는다고 하였는데
서찰에 이르러서는 유학자에게 가장 가까운 일이나
오로지 그 일만을 좋아해서는 또한 스스로 뜻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동국(東宮)께서는 비록 덕성이 성취되었다 하시더라도
오히려 성학(聖學)에 잠심(潛心)하시어 더욱 그 이르지 못한 것을 구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언문이 비록 유익하다고 이르더라도 특히 문사의 육예(六藝)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하물며 만만으로 치도에는 조금도 이(利)가 없는 것이온데
이에 정신을 연마하시고 생각을 허비하심에 날을 다 하고 때를 옮기시나이까.
실로 현시점에서 학문의 손실됨이 있는 것이옵니다.
신등은 다함께 문묵(文墨)의 말기(末技)를 가지고 상감을 모심에 대죄하옵는 터이므로
마음에 품은 바를 감히 함묵(含默)할 수가 없어 삼가 마음에 있는 말씀을 다아뢰어
우러러 성총(聖總)을 더럽히옵나이다.

【漢字】玩:즐길 완 奪:빼앗을 탈 札:편지 찰 縱:비록 종 敏:민첩할 민
肺:허파 폐 腑:장부 부 瀆:더럽힐 독



[참고]. 완호(玩好)...익히고 즐기는 것.
성학(聖學)...성인의 학문, 동국정운 서문에서는 '성인의 도'라고 하였다.
성인은 유교의 가르침을 남긴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송(宋)의 성리학에서는 우주의 기본이념을 가르치는 뜻으로 되어 있다.
잠심(潛心)...온마음을 다하는 것.
육예(六藝)...예(禮) . 악(樂) .사(射) . 어(御) . 서(書) . 수(數)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옛날 주나라에서 국자(國子)를 교육하는데 이 여섯가지로써 행했다고 한다.
예는 예절, 악은 음악, 사는 활쏘기, 어는 말타기, 서는 글자를 쓰는 것, 수는 수학이라는 뜻이다.
언문은 글자로써 육예의 하나인 서(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묵(文墨)의 말기(末技)...문묵은 글과 먹이니 글을 쓰고 학문을 닦음을 말하며, 말기는 조그마한 재주라는 뜻.
함묵(含默)...입을 다물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
성총(聖總)...임금의 슬기로움을 높여서 이르는 말.

※본 한문 해설은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자료입니다.

최만리 언문 창제 반대 상소문 요약
세종 26년 갑자 2월 20일(경자)에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다.

신들이 언문 제작함을 업드려 뵈옵건데 대단히 신묘하여 사리를 밝히고 지혜를 나타냄이 저 멀리 아득한 예로부터 나온 것을 알겠습니다. 그러하오나 신들의 좁은 소견으로는 아직도 의심할만한 점이 있사옵니다. 감히 근심되는 바를 나타내어 다음과 같이 삼가 상소하오니 재결하여 주시옵소서.

1. 우리나라는 조정 이래로 지성껏 중국문화를 섬기어, 오로지 중국제도를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중국과 문물제도가 같아지려고 하는 때를 맞이하여, 언문을 창제하시면 이를 보고 듣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상히 여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혹시 대답으로 말씀하시기를, 언문은 모두 옛글자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 새 글자가 아니라고 하신다면, 곧 자형은 비록 옛날의 고전 글자와 유사합니다만, 소리로서 글자를 합하는 것은, 모두 옛것에 어긋나는 것이며, 실로 근거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하오니, 혹시 언문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서 이를 그르다고 말하는 이가 있으면, 중국문화를 섬김에 있어 어찌 부끄럽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1. 옛부터 9개 지역으로 나누인 중국 안에서 기후나 지리가 비록 다르더라도 아직 방언으로 인해서 따로 글자를 만든 일이 없고, 오직 몽고, 서하, 여진, 일본, 서번과 같은 무리들만이 각각 제 글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두 오랑캐들만의 일이라 더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전해오는 고전에 의하면, 중국(夏)의 영향을 입어서 오랑캐(夷)가 변했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오랑캐의 영향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역대 중국이 모두 우리나라가 기자의 유풍을 지니고 있고, 문물제도가 중국과 견줄만 하다고 했는데, 이제 따로이 언문을 만들어 중국을 버리고 스스로 오랑캐와 같아진다면 이것이 이른바 소합향을 버리고 쇠똥구리의 환약을 취하는 것이니, 어찌 문명의 큰 해가 아니겠습니까?

1. 신라 때 설총이 만든 이두가 비록 거칠고 촌스러우나, 모두 중국에서 통행하는 글자를 빌어서, 어조사로 쓰기 때문에 한자와 애당초부터 아무상관이 없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록 서리나 하인들의 무리까지도 꼭 이를 익히려고만 한다면 먼저 한문책 몇 권을 읽어서 약간 한자를 안 다음에 곧 이두를 쓰니, 이두를 쓰는 자는 모름지기 한자를 의지해야만 뜻을 달할 수 있으므로, 이두로 인해서 한자를 아는 사람이 자못 많아, 역시 학문을 진흥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만일에 우리나라가 원래 우리글자를 몰라서 결승문자(結繩文字)를 쓰는 시대 같다면 아직 언문을 빌어서, 잠시의 변통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옳습니다만, 옳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저 언문을 써서 잠시 변통하기보다는 차라리 천천히 저 중국에서 통행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삼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하겠거늘, 하물며 이두는 수 천년동안 써 오면서, 관청의 문서기록과 약속, 계약 등으로 쓰이어서 아무 탈이 없는 것이어늘, 어째서 옛부터 써온 폐단이 없는 글자를 고쳐서 따로이 속되고 이로움이 없는 글자를 만드시나이까? 만일에 언문이 통용되면 관리가 될 사람이 오로지 언문만 배우고 학문을 돌보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되면 한자와 관리가 갈리어 둘이 될 것이며, 진실로 관리된 자들이 언문으로서만 모든 일을 하고 또 벼슬길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뒷사람들이 모두 이와 같이 됨을 보고 27자 언문만으로도 이 세상에서 입신하기에 족하다고 할 것이오매, 무엇 때문에 모름지기 고심하고 마음을 써서 성리의 학문을 닦겠나이까? 이렇게 나가면 수십 년 뒤에는 한자를 아는 사람이 반드시 적어질 것이오매, 비록 언문으로서 관공서 일을 수행할 수 있더라도 성현의 한자를 알지 못하면 배우지 않아 담에 얼굴을 댄 것 같아서, 사리의 시비를 가리기에 어둡고 다만 언문에만 공을 들일 것이니 장차 어디에 쓰겠나이까?

우리나라가 덕을 쌓고 어진 정치를 베풀어 문을 숭상해 온 교화가 점점 깨끗이 없어져 버릴지 두렵삽나이다. 이보다 앞서 쓰이어 온 이두가 비록 한자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데도, 유식자들은 아직도 이를 천한 것으로 쳐서 이문(吏文)으로써 이를 바꾸려 하고 있는데, 하물며 언문은 한자와 조금도 연관이 없는 것이며 오로지 시장거리의 속된 말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일에 언문이 전조부터 있어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늘날 문명의 정치와 노를 변해 도에 이르러 일신하는 때에, 아직도 언문 같은 좋지 않은 습관을 이어 받아야 하나이까, 하고 반드시 이를 바로잡겠다고 논의할 사람이 있을 것이니 이는 뚜렷이 알 수 있는 이치이옵나이다. 옛것을 싫어하고 새 것을 좋아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폐단이니, 이제 이 언문이 다만 하나의 신기할 재주일 뿐이오며, 학문을 위해서도 손해가 되고, 정치에 있어서도 이로움이 없으니, 되풀이해서 생각해 보아도 그 이로움을 알 수 없사옵니다.

1. 만일에 형을 집행하고 죄인을 다스리는 말을 이두문자로 쓴다면, 글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한 글자의 차이로 혹시 억울함을 당하는 일이 있으나 이제 언문으로 죄인의 말을 바로 써서 읽어 주고 듣게 한다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다 쉽게 알아들어서 억울함을 품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중국은 옛부터 언어와 글자가 같은데도, 죄인을 다스리고 소송 사건에 원통한 일이 매우 많고, 만일에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옥에 갇힌 죄인 가운데 이두를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가 공술한 내용을 직접 읽어보고, 그 내용에 사실과 다른 점을 발견하더라도, 매를 이기지 못하여 억울하게 승복하는 일이 많으니 이로 보아 공술한 글의 뜻을 몰라서 억울함을 당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 합니다. 만일에 그러하다면, 비록 언문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와 무엇이 다르옵니까? 이로써 죄인을 공정하게 또는 공정치 않게 다스리는 일이 옥리(獄吏)의 자질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지, 말과 글이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거나 하는데 달려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언문을 가지고 죄인을 공정하게 다루려고 하신다면, 신들로서는 그 타당함을 알 수가 없습니다.

1. 무릇 일을 이루어 공을 세움에 있어서, 가깝게 속히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사온데, 국가에서 요 근래 하는 일이 모두 속성으로 힘쓰고 있사오니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에 어긋날까 두렵습니다. 혹시 언문을 부득이 창제하셔야 될 일 이라면, 이것은 풍속을 크게 바꾸는 일이오니, 마땅히 재상으로부터 하급관리와 백성에 이르기까지 상의하여야 하고, 설혹 모두 옳다고 하여도 오히려 사전에 정령스럽게 하여 사전에 변경을 도모하여 다시금 심사숙고하여, 역대 제왕에게 질문하여도 어그러지지 않고, 중국과 상고하여 보아도 부끄러움이 없으며, 후세에 성인이 나타나셔도 의심스러움 바가 없는 연후에야 곧 실행에 옮길 일이옵니다. 그러함에도 오늘날 널리 여론을 들어보지 않고 갑자기 하급관리 십여 인으로 하여금 배우게 하며, 또 가벼이 옛사람이 이미 미루어 놓은 문서를 고쳐서 황당한 언문을 붙이고 공장(工匠) 수십 인을 모아서 이를 새기어, 급히 널리 세상에 공표하려 하고 있사오니, 이 일에 대한 온 천하와 후세사람들의 공론이 어떠하오리까?

또 이번의 청주 초수(椒水) 행차에 있어서는, 특별히 흉년을 염려하시와 호종 의식도 간략하게 하도록 힘쓰시어 그전에 비하여 10중 8·9로 줄이시고, 상감께 상주(上奏)할 공무도 대신들에게 위임하고 계시온데, 저 언문은 국가적인 급한 돌발사건이어서 기일 내에 꼭 이룩해야 될 일이 아니온데도, 어째서 유독 행재(行在)에서까지 이 일에 관한 일을 급히 서두르시어, 상감님 옥체를 조섭해야 할 시기에 괴롭히나이까? 신들로서는 그 타당함을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1. 옛 유학자가 말하기를, 모든 신기하고 보기 좋은 일들이, 모두 성현의 학문을 공부하는 뜻을 빼앗는다고 하고, 편지 쓰기는 유학자에게 가장 가까운 일이나 오로지 그 일에 사로잡히면 역시 스스로 뜻을 잃게 된다고 하였사온데, 이제 동궁이 비록 덕성이 함양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마땅히 성학(聖學)공부에 깊이 마음을 써, 그 모자라는 점을 더욱 닦아야 하옵니다.

언문이 비록 유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만 선비의 육예의 하나일 뿐이오며, 하물며 도를 닦는 데에는 참으로 이(利)가 없는 것이온데, 무엇 때문에 이일에 정신을 쓰고 마음을 쓰며, 날을 마치고 시간을 보낸다면 실로 현 시점에서 시급한 학문을 닦는데 손해가 되나이다.

신들은 모두 보잘것 없는 글재주를 가지고 상감님을 뫼시고 있는 죄가 크온데, 마음에 품은 바를 감히 담고있을 수가 없어서, 삼가 가슴에 있는 말씀을 다 사뢰어 상감님의 어지심을 흐리게 하였나이다.

세종대왕의 반박문(1444. 2 / 세종실록 26년)
그대들이 말하기를 음을 써 글자를 합하는 것이, 모두 옛것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였는데, 설총의 이두도 역시 음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 또 이두를 만든 근본 취지가 곧 백성을 편안케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언문도 역시 백성을 편안케 함이 아니냐? 그대들이 설총이 한 일은 옳다고 하고, 그대들의 임금이 한 일은 옳지 안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또 그대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과 칠음을 알며, 자모가 몇인지 아느냐? 만일에 내가 저 운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 누가 이를 바로잡겠느냐? 또 상소문에서 말하기를 새롭고 신기한 하나의 재주라 하였는데, 내가 늘그막에 소일하기가 어려워 책으로 벗삼고 있을 뿐이지, 어찌 옛 것을 싫어하고 새 것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고 있겠느냐? 그리고 사냥하는 일들과는 다를 터인데, 그대들의 말은, 자못 지나친 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내가 나이 들어 국가의 서무는 세자가 도맡아서, 비록 작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의당 마땅히 참여하여 결정하고 있는데, 하물며 언문은 말하여 무엇하겠느냐! 만일에 세자로 하여금 늘 동궁에만 있도록 한다면 환관이 이 일을 맡아서 해야겠느냐! 그대들은 나를 가까이 모시고 있는 신하들로서, 내 뜻을 분명히 알고 있을 터인데도 이런 말을 하니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Sunny Funny

Dreamy의 선별된 재밌는 이야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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