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하즘은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눈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거나, 혼자 있거나, 혼자 있고 싶어하거나 공연한 심술을 부리거나 바로 이 심술 때문에 말 수가 적어지거나 한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대상을 만나시 못할 경우에는, 심한 자기 학대 증세를 보이면서 하루 종일 침상을 떠나지 않는데, 이 상사병 증세가 지나쳐 뇌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신을 잃거나 헛소리를 하게 된다. 이 병이 악화되면 목숨을 앗을 수도 있다.

  성녀 힐데가르트는 여자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느끼게 되는 우울증이야 말로 천국에서 경험하는 완벽한 평화의 상태와는 정반대되는 것, 중증에 속하는 <melancholia nigra et amara 암담함과 비참함을 느끼는 우울증>이라는, 뱀의 숨결을 맡거나 악마가 틈입하는 데서 생기는 병이라고 말했다.

  이븐 자카리야 아르 라지에 따르면, 상사병으로 인한 우울증을 낭광증(狼狂症)과 동일시하고 있다. 상사병에 들려 끝없이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은, 하는 짓이 늑대와 비슷하다. 상사병의 초기 증세는 우선 외모에 변화가 오고, 이어서 시력이 약해지고, 눈이 들어가며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눈물이 마르고, 다음에는 혀가 마르면서 혓바닥에 농포(膿疱)가 생기고, 몸이 말라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갈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병자는 대낮에도 침대에 누워 이불로 얼굴을 가리게 되며, 얼굴과 목에 개의 이빨 자국이 나타나다가 결국은 늑대처럼 묘지를 어슬렁거리게 된다.

  아비체나는 상사병은 이성인 상대의 얼굴, 태도, 행동에 대한 연속적인 상상에서 비롯된 편집증적 우울증이라고 말한다. 상사병은 처음에는 병이아니나, 사랑의 갈증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에는 강박적인 병으로 이행하여 이윽고 눈꺼풀이 떨리고,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까닭없이 울고 웃게 되고, 급기야는 심장의 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갈레노스는 상사병 환자의 진단 방법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사랑의 대상이 될만한 이성의 이름을 부르면 특정인의 이름에서 맥박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아비체나는 상사병의 유일한 치료 수단은 상사병의 대상과의 결합이라고 했다.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경우대 대한 대비로 마지막 대증 요법으로 온탕욕(溫湯浴)을 제시했다. 두번째 치료법은, 소시적에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힌 적이 있는, 늙은 여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치료법은 상사병에 걸린 사람에게 여자 여럿을 붙여 난교(亂交)하게 하는 것이다.

  아르날도에 따르면, 상사병이란 체액의 분비와 정신의 고양이 지나치는 데서 생기는 병이다. 이로인해 생식의 종자를 지어내는 혈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종자, 즉 <complwdxio venerea 성욕의 상황>을 조성하고, 결합의 욕망을 강화시킴으로써 몸의 각 기관의 습도와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의 중앙에 있는 동동 뒷부분은, 오감이 받아들인 무분별한 자극을 수용하고 그 자극을 평하가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오감이 감지한, 대상에 대한 욕망이 지나치게 되는 경우, 이 평가 기준이 위축되면서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의 허상만 밝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슬픈 일이 기쁜 일로 보이게 되는 등의 판단 착오가 생기면서 육체와 정신이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육체와 정신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는 까닭은, 기쁨을 느끼는 순간 온몸의 열기가 몸의 표면으로 치솟기 때문이다. (절망하는 순간에는 이 열기가 몸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에 한기를 느낀다) 아르날도의 치료법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의 싹을 잘라 버리면 생각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