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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 안 개구길가 싫어 벌판으로 나갔지만 하늘은 넓은 벌판에 떠밀려 이내 내 가슴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 박종화 시인

2007.12.10 20:30

굴욕..1

조회 수 8352 댓글 0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 일입니다.
알고보면 저는 뒤통수가 '딱 보기좋을 정도'로 튀어나온 뒤짱구 랍니다.
초등학교 때는 뒷통수가 참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던 적도 있어요.
(앞은 촌놈)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구름다리 건너 시내에 옷을 사러 갔었지요.
이것저것 찬거리를 사고난 뒤 제 옷을 보려고 가게에 들었습니다.
저는 옷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옷걸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옷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금이 지났나, 막 들어오신 아저씨 한분의 목소리가 머리 위로 들려옵니다.

'아 고 놈 참 잘생겼네~'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심)

'어디 얼굴 한 번 보자.'

라고 나한테 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대략 ㅡㅁㅡ 이런 표정으로
고개를 스윽 돌려 아저씨를 쳐다 보았지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저를 쳐다보신 아저씨의 얼굴이 순간 흠칫하더니
어둡게 굳어지며 '오옷' 하는 표정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겁니다!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나온 그 행동에 다시 마음을 추스리신 아저씨가
'하..하하하..'라는 억지웃음을 지으시며 나를 쳐다 봤습니다.
나 역시 그 아저씨를 ㅡㅍㅡ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아저씨는

'뒤..뒷모습은 참 잘생겼는데, 앞은 좀 아니네~ 하... 하하..'

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그 말을 들으시고 '얘가 뒷통수는 참 잘생겼다고들 그런다'며
맞장구 아닌 맞장구를 치시고 그렇게 넘어갔더랍니다.

그 후로 그 생각을 하면서 혼자 때때로 웃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굴욕(?)은 참 우습네요. 크흐흐흐.
아저씨,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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