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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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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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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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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
사랑은 태워도 연기가 없네

장미가 좋아서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친구가 좋아서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서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다.

나 목동이라면 한잔의 우유를 드리지만
나 시인이라면 한 수의 시라도 드리지만
나 가난하고 부족한 자이기에

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사랑 사랑 뿐이라오.



따뜻_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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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 2012.04.19 16:55
    잘썼다. ^^ 나 이런사람 사귈래..
  • Dreamy 2012.04.19 17:25
    응. 좋은 글이지. 어디서 가지고 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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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 00:36

기형도, 빈집

조회 수 72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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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나는 기형도의 글이 좋다.
어지러운 감성을 건드리는 그의 풍부한 어휘들과,
건조한 듯 어두운 회색빛 나는 글의 분위기,
글을 읽고 있지만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묘사와 비유들.

지금도 가끔 여유를 느끼고 싶을때면 그의 전집을 꺼내서
하나씩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표현과 언어,
그 속에 하나씩 나타나는 주제들에 놀라곤 한다.

그런 글을 써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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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1:55

그림자, 함민복

조회 수 49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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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지는 꽃 그림자 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그림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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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3:49

그 집 앞,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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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 기형도 -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기형도, 그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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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11:45

공기해장국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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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해장국

  - 안현미


빨간 색깔의 슬픔 한개와 일곱개의 계절어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러시아에서 왔다 우리는 그녀를 오로라공주라고 불렀지만
국립의료원 중환자실에는 위독한 어머니가 누워계셨다
신원미상의 행려병자로 실려온 분들의 이름 불상님 1 불상님 2
불상님 3…… 불상님들과 나란히 어머니의 이름이 있다 셀 수
없는 무한과 셀 수 있는 무한 그 사이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국립의료원 뒷골목 어두운 다방에서
오로라공주가 러시아어로 울고 있을 때 나는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나혜석을 생각한다 쪼그려 앉아 걸레를 빨다가 머리가
쏟아질 듯 아파서 혼자 병원을 찾은 어머니의 담담함을
생각한다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가 필요치 않았다면 알리지도
않았을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 셀 수 없는 무한과 셀 수
있는 무한 그 사이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명의
아들과 두명의 딸을 키웠지만 혼자 병원에 입원한 그녀는,
행려병자로 실려온 불상님들과 나란히 위독한 그녀는, 여러가지
색조의 무한과 두명의 딸 중 한명의 업둥이를 기른 적이 있는
그녀는, 동냥젖을 먹고 자란 내가 어쩌다 찾아가 사주던
공기해장국을 달게 먹던 그녀는, 공기해장국을 먹고 공기처럼
사라진 그녀는,

언젠가 나는 오로라공주처럼 낯선 곳에 도착해 운 적이 있다
불상님이 되어본 적이 있다 국립의료원 뒷골목 오래된 식당에서
공기해장국을 주문한다 그녀가 없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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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타전하다 


                                        안 현 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다 우우, 우, 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었다 높은 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억울하진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나 대신 잘 살고 있었다 빛을 싫어하는 것 빼곤 더듬이가 긴 곤충들은 나와 비슷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불 꺼진 방 번개탄을 피울 때마다 눈이 시렸다 가끔 70년대처럼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고 싶었지만 더듬더듬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내 이마를 더듬었다 우우, 우, 우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꽃다운 청춘이었지만 벌레 같았다 벌레가 된 사내를 아현동 헌책방에서 만난 건 생의 꼭 한 번은 있다는 행운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벌레가 되었다 불 꺼진 방에서 우우, 우, 우 거짓말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거짓말 같은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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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08:43

감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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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

늦은 가을, 만추입니다.
이 가을도 지나가면 또 한번 나이 먹고 철이 들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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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09:40

雪日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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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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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서 봄이 되니 내린다는 말이,
따뜻한 봄비가 내리니 가슴에 와 닿습니다.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봄이 되니 내리네.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江船火燭明 (강선화촉명)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rain0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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