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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5 23:2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발췌
조회 수 3908 댓글 0
사람들은 모두가 자족하거나 쓸데없이 바쁘며, 서두르고, 소리지르고, 시시덕거리고, 트림을 하고, 소란을 피우고, 익살을 떨며, 한두푼의 돈 때문에 다툰다.
그들은 모두가 흡족해서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해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돼지이다. 아아, 돼지보다 더한 바보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데체 이 포만한 마을에서 매일처럼 먹고 낭비만 하는 것이 아닌가! 살찐자들은 왜 그다지 게으르고 타성에 젖고 사치에 물들었단 말인가? 그 때문에 매일매일 그리도 많은 돼지와 암소가 도살되고, 그리도 가엾은 물고기들이 낚여지지 않는가! 방랑하던 때, 눈 덮힌 벌판에서 먹던 마른 과일 한 개나 빵껍질이 이곳 조합의 성찬보다 더 맛있었다. 오, 방랑이여, 자유여, 달빛이 비치는 황야여! 그리고 아침이 되어 회색의 아침 이슬이 맺힌 풀밭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짐승들의 흔적이여! 이곳의 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나 가볍고 값싸다. 사랑마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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