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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미리 계획을 짜야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 소학

CoLoR (BLOG)

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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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간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 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있었네
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
서류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
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블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
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
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
한 번 꽃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 정연한가
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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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까.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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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08:43

감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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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

늦은 가을, 만추입니다.
이 가을도 지나가면 또 한번 나이 먹고 철이 들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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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1 16:39

일주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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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일주일은 무엇입니까.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짧고, 연애를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
길을 떠나기에는 충분하지만, 다시 돌아오기는 부족한 시간.
일을 시작하기 쉽지만, 그 일을 끝내기는 어려운 시간...

=========================================

The Week
일주일의 시간 동안

To the prisoner, 7 days less
죄수에게는 7일이 줄어들고

To the sick, 7 days more
병자에게는 7일이 더 주어집니다.

To the happy, 7 reasons
행복한 사람은 일곱 가지 이유를 가지고

To the sad, 7 remedies
슬픈 사람은 일곱번 치유 받습니다.

To the rich, 7 dinners
부자에게는 일곱번의 저녁만찬이 있습니다.

To the poor, 7 hungers
가난한 사람에게는 일곱번의 굶주림이 있지요.

To Hope, 7 new dawns
희망에 넘치는 사람은 일곱번의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To the sleepless, 7 long nights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일곱번의 긴 밤을 지새웁니다.

To the lonely, 7 chances
외로운 사람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일곱번 생기고

To the absent, 7 guilts
결석하는 사람은 죄를 일곱번 짓게 됩니다.

To a dog, 49 days
개는 49일을 사는 셈이고

To a fly, 7 generations
파리는 세대가 일곱번 바뀝니다.

To businessmen, 25% of the month
비지니스맨은 한 달의 25%로 지냅니다.

To economists, 0.019 of the year
경제학자는 일년의 0.019로 지내지요.

To the pessimist, 7 risks
비관주의자는 일곱번의 위험을 맞이하고

To the optimist, 7 opportunities
낙관주의자는 일곱번의 기회를 맞이합니다.

To the Earth, 7 turns
지구는 일곱번 자전을 합니다.

To the fisherman, 7 returns
어부는 바다에서 일곱번 돌아오지요.

To meet a deadline, too little
마감 시간을 맞추기에는 너무나 짧지만

To create the world, enough
세상을 창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요.

To someone with the flu, the cure
감기에 걸린 사람은 건강을 회복하지만

To a rose on a jar, death
꽃병 속의 장미는 죽음을 맞이하지요.

To History, nothing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일주일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To me, everything.
나에게 일주일은 모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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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형도의 시가 좋다.
우연히 '기형도 전집'을 읽게 되었었는데, 아무생각 없이 책을 들었지만 그때 받았던 신선한 느낌은 잊혀지질 않는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나, 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표현법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또한 짧고 화려하게 작품활동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가라면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일테니까.
그의 시 한편.


바다에 버리고 오다 [기형도]

1.
도망치듯 바다로 달렸다
그 바다, 구석진 바위에 앉아
울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
그냥은 울기가 민망해서 술기운을 빌려 운다
울 수 있을 만큼만 술을 마신다.
그러면 바다는 내 엄살이 징그럽다고 덤벼들었다
노을이 질 무렵, 파도가 한 웅큼의 피를 쏟아내었다
바다는 새벽을 잉태하기 위하여 날마다 하혈한다
일상의 저음부를 두드리던 가벼운 고통도
내 존재를 넘어뜨릴 듯 버거운 것이었고
한 옥타브만 올라가도 금새 삐그덕거리는 우리의 화음은
합의되지 못한 쓸쓸함,
그래 가끔은 타협할 필요도 없이 해결 되기도 했지만
나와 함께 아파 할 아무도 없다면 어떠랴
징징대는 감정을 달래느라 늘 신경은 하이소프라노로 울고
끝내는 당도하지 못할 너라는 낯선 항구,
파도가 쓸고 가버린 것은 빈 소주병만이 아니었을까
시작도 없는 끝, 시작만 있는 끝
늘 함부로 끝나버리기 일쑤인 기약없는 시작이었음을


2.
바다가 잠든 나를 두드렸다
이미 어두워진, 수초내음만이 살아있는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눈을 문질러도
보이지 않아서 볼 수가 없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하기로 한다
바이올린의 비명이 나를 대신하는
oblivion, 바다가 슬픔을 풀어놓는 동안
잃어버린 기억 한자락 끼어든다
망각은 내가 너를 견디는 방식
살아가는 것이 무릎 관절염 같은 시린 악몽일지라도
오늘, 단 한편의 아픈 꿈을 허락하기로 한다
오늘만 취하기로 한다
수평선 너머로 밀려가는 아득한 기억상실을 위하여


3
바다는 출산을 위하여 끙 한번 신음한다
망망대해에 부유하는 사연들과 같이 아파했던 까닭으로
바다는 새벽을 낳을 무렵, 푸르고도 투명하게 멍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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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실패한 이를 위로하는 시

.                              장석주


오늘보다 내일이 나으리라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나으리라

오늘 사랑에 실패했다면
내일엔 그 상처가 아물리라
모레가 되면
새로운 사랑이 생기리라

그러므로 죽지 마라
사랑 때문이라면 결코 죽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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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8 07:56

산은 옛 산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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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서 가고 아니 오노매라

.                - 황진이 시조 - ; 서경덕을 그리며 썼다고 전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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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11:30

사랑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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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도 세월이 지나갔구나
꽃들은 어둠 속에 소리 없이 지고

내 사랑하는 것들은 말이 없고
내 사랑하는 여자도 말이 없고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하다가 쓰러져
흰 눈 쓴 겨울 사내로 말이 없고

깊은 강물은 소리없이 흐르듯
진실로 사랑하는 가슴은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많은 사연과
너무 많은 눈물이 있어
사랑은 말없이 흘러가는 것

그래도 꼭 한마디 품고 가야 할 말이 있어
나 이렇게 새벽 강가에서
사랑의 침묵을 듣고 있을 뿐

.                                      - 박 노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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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7 01:41

외워두세요(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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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받았죠. 그냥 있어준 것 만으로
어디에 있어도 느끼는 햇살 같았어요. 감사할 뿐이죠.
마지막 이예요. 거짓말 하기는 싫어요.
슬프게도 너무 잘 알죠. 같은 공간에선 같이 살 순 없어.
서로의 걱정은 하지 마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사는 동안에는 못 볼 거에요. 저기 어둠 속 저 달의 뒷 편처럼
나 죽어도 모르실테죠. 사라져도 모를 저 먼 별처럼
잊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 잊을 수 있는 추억, 그게 어딘가요.
알겠죠. 이제부터 우린 이 세상에 없는 거예요. 외워두세요.

날 웃게 해줬죠. 그렇게 웃을 수 있었다니,
내가 원했던 모습으로 이끌어준걸요. 세상을 준 거죠.
이제 이런 얘긴 그만 하죠. 무슨 말인지 알겠죠?

사는 동안에는 못 볼거예요. 저기 어둠 속 저 달에 뒷 편처럼
나 죽어도 모르실테죠. 사라져도 모를 저 먼 별처럼
모두 돌고 돌아 제 자릴 찾고 사라졌던 별이 다시 태어날 때쯤
그 때쯤 우리 꼭 만나요. 그때는 꼭 혼자 있어줘요. 외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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