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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무시당하느니 차라리 샅샅이 훑어보는 시선이 낫다고 봐요.
    - 메이 웨스트 (가슴이 크기로 유명했던 미국의 영화배우)

2009.10.15 00:36

기형도, 빈집

조회 수 73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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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나는 기형도의 글이 좋다.
어지러운 감성을 건드리는 그의 풍부한 어휘들과,
건조한 듯 어두운 회색빛 나는 글의 분위기,
글을 읽고 있지만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묘사와 비유들.

지금도 가끔 여유를 느끼고 싶을때면 그의 전집을 꺼내서
하나씩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표현과 언어,
그 속에 하나씩 나타나는 주제들에 놀라곤 한다.

그런 글을 써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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