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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평온, 내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 레인홀드 니버

2004.10.03 15:39

병(病)

조회 수 8683 댓글 0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                                                       - 기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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