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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 최승호 시인

2004.10.03 15:39

병(病)

조회 수 8637 댓글 0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                                                       - 기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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