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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 간디

고등학교 시리즈 2탄.
연극 감상문.... 열라 잼있게 봤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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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보고
2학년  조 웅 제
  ‘인간은 날 때부터 완전한 것야.’
  인물들은 ‘그것은...’안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진리란 무엇인가?’ ‘선과 악은 무엇인가?’ ‘부처란 무엇인가?’ ‘과연 진리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반대편도 진리 아닐까?’.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연극은 맘속에 물음표 하나만 남겨둔 채 끝나버렸다.
  미술 선생을 하던 도법은 부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절에 올라와 중이 된다. 십 수년이 지나고 도법은 불상을 만든다. 3년에 걸쳐 만든 아름다운 부처. 그러나 초파일을 보름 앞두고 도법은 그 아름다운 부처를 부수어 버리고 자신의 눈을 찌른 후, 하룻밤만에 흉측한 모습의 불상을 만들고는 자살한다.
  도법은 왜 거의 완성을 앞둔 작품을 부셔 버렸을까? 도법은 지독히 악취가 나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망령에게 시달린다. 망령은 도법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불상도 망령이 깨뜨려 버린다. 그런데 망령은 바로 도법 자신이다. 평안해 보이는 도법의 한 귀퉁이에 있는 더럽고 썩어빠진 마음을 형상화 한 것일 게다. 도법은 망령과 철저히 대립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의 싸움이다. 성폭행을 당한 아내의 모습은 속 넓은 친구 탄성조차 알아주지 못했다. 망령과 고독 속에 갇힌 도법은 얼마나 번뇌했을까. 아름다운 불상은 추하고 더러운 부분을 뺀 위선이었던 것이다.
  도법은 선과 악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도법은 결국 선과 악은 없다는데 결론을 둔 것 같다. ‘두 사람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데 그 사람한테는 한 사람에게 빌려줄 돈밖에 없어. 그래서 한 사람에게만 빌려주면, 이 사람한테는 선이고 저 사람한테는 악인가?’ 라는 망령의 말이 대답이 될까?  이 연극은 망령이 도법의 부인을 다시 겁탈하려는 데서 절정을 맞는다. 망령은 말한다. ‘왜? 이 모습이 보기 싫은가. 그러면 자네 눈을 찔러버려. 왜? 이 속세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가? 찌르라니까!’ 도법은 날카로운 조각칼을 든다. 그리고 망령을 찌른 후 자신의 눈을 찔러버린다. 도법스님은 자신과 싸웠고 자신의 추한 마음을 찌르고, 눈을 찔러 속세를 끊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 깨달음을 말해줄 수는 없으리라. 작가도 깨달음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이라는 느낌은 관객 모두의 마음에 와 안겼다..
  방장 스님은 이 절에서 가장 늙으신 스님이다. 도법스님은 망령에 시달리고 있을 때 방장스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옛날 중국에 한 거지가 살았네...’ 방장 스님은 이야기 해 주신다. 그 거지는 목에 아주 값비싼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는 그 사실을 몰랐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그것을 알려주자 거지는 펄쩍 뛰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친구가 ‘그것은 주은 것도 아니요, 원래부터 자네 것이었네. 그런데 왜 좋아하는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님은 덧붙인다. ‘이 모든 것이 다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 같은 거야...’ 너무 현실 도피적인 생각은 아닐까? 속세와는 떨어져서 사는 스님들이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던 도법은 망령을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 망령은 아름다운 불상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망령은 자신이 도법의 추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도법이 자신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도법과 같지 않을까? 자신의 추하거나 부끄러운 곳을 다 가지고 그것을 감추며, 때로는 극복하며 산다. ‘그것은...’는 부끄러운 부분을 가린 채 고운 부분만 내보이며 살지 말라고 가르친다. 인간의 조잡한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지만 누구나 다 거쳐야만 할 성장의 길목이다. 흉측한 모습의 불상은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이 연극에서는 하나 대답 해주지 않은 것이 있다. 왜 도법은 자살했는가? 연극에서는 끝까지 도법의 자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단 하나, 극 처음에 탄성이 도법의 영혼에게 붙는다. ‘자네 왜 죽었나?’ 도법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긋는다. ‘동그라미... 석가가 알지 못한 것을 어떻게 그의 제자가 가르친단 말인가?’ 도법의 죽음에는 석가도 알지 못했던 그 무엇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감사해야 할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줄 수도 없는 도법 자신의 목걸이었으리라. 아니면 일부러 대답을 해 놓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자신이 몰랐을 수도 있다. 작품은 만들다 보면 이미 작가가 손댈 수 없는 그저 작품이 자신이 되어나가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가도 모른 것을 작가가 알 수 없겠지.
초파일, 모든 스님들이 법당에 모셔진 흉측한 불상에 절하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인간은 날 때부터 완전한 것야.’ 밖에는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공연이라서 다시 볼 수 없겠지 하는 생각이 여운을 더욱 깊게 했다. ‘그럼 자넨 완전한가?’ 탄성 스님의 질문. ‘아니...’ 도법 스님 영혼의 한숨 섞인 대답. ‘그래,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기로 하세.’ 스님의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속세를 떠나 자유로이 말하는 스님들의 여유가 부럽기까지 했다. 맞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내 생활도 한낱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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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y 2006.08.12 02:10
    96년에 마산에서 극단 '마산'이 대상받고 와서 앵콜공연하던 마지막날, 이 연극을 보고 쓴 글입니다.
    너무 재밌게 봐서 아직도 대사들이 떠오르네요. 다시 보고 싶다-
  • Dreamy 2007.06.27 19:03
    ^^ 비구니 버전으로 다시 보았답니다~. 여전히 재밌고 뜻깊더군요.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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