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라는게 아니야. 꾸기라도 해 보라는 거야.

by Dreamy posted Sep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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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년 성가대를 하고, 최근에는 생각지도 않은 지휘도 맡게 되면서,
이것 저것 음악에 대해 책도 보고 알아 나가기도 했더랍니다.
클래식 기타도 배우러 다녀 보고, 성가 합창 예선에도 참여해보고,
성악도 배우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서울교구에서 창작성가 경연대회가 있길래
곡도 한곡 만들어 응모를 해보았더랍니다.
심각한 곡으로는 사실 처음 만들어 보는 거였지만, 4부 화성도 넣고,
피아노 반주도 넣으며 성의를 다했습니다.
(어차피 제 인생에 한번! 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물론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
초짜 아마추어가 전공자들을 이길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요.
워낙 곡이 좋지 않기도 했었을테고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본선 진출곡을 12곡 뽑는다고 공지가 되었는데,
실제 본선곡은 9곡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본선에 나갈만한 요건을 갖춘노래는 단 9곡 뿐이라는 말인데,
제 곡이 최소 요건도 갖춰지지 않았던 것인가 싶어 약간 아쉽습니다.
그래도 꽤 공을 들였는데 말이죠.

하지만 결과가 중요하겠습니까?
곡을 만들어 보았고, 그것을 함께 한 마음으로 연주해주신 성가대 분들이 계시고,
열심히 준비하고 응모했던, 그 자체로 즐거운 것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 소프트웨어 개발자인걸요. ^^

예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강건우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
옮겨 적어봅니다.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강건우에게 강마에 걸어간다.)

"폼이 멋진데? 내가 가르쳐준 바통테크닉을 여기서 써먹는거야?
공연 날짜 하나 못챙기는 멍청한 너를 위해 말해준다면,
공연 시간은 6시고 네 솔로는 2부 첫곡이야.

행복해?
고장난 신호등 대신해서 허우적거리고, 매연냄새에 찌들어가는 게 행복하냐구.
아, 물론 인정해.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이라서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그 돈 다 모아서 에디오피아 난민에게 보내놔야 다리뻗고 사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를 건 없어. 다 자기 가치에 따라 살 뿐이야.
그래서 너, 강건우는, 네 가치에 따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구.

하나만 물어보자.
지휘 배우고 싶다는 건?"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꿈? 그게 어떻게 니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개 별나라 이야기 하제?
니가 뭔가를 해야할 것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치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것 아니야. 그래야 그게 니 꿈이다 말할 수 있는 거지.
아무 거나 갖다 붙이면 다 니 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변호사, 판사, 약사 모두 다 같다 붙여서
니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사실 이런 얘기 다 필요없어. 내가 무슨 상관 있겠어.
평생 괴로워 할 건 넌데.
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니 머리나 쥐어 뜯어봐.
죽기 직전이나 되서야 '지휘!' 단말마의 비명 정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


베토벤바이러스 - 꿈.flv_000006117.jpg 베토벤바이러스 - 꿈.flv_000041615.jpg 베토벤바이러스 - 꿈.flv_000169736.jpg

제가 만든 곡은,
조만한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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