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유 펌.
피시방 알바 9시에 일마치고.. 형들이랑 서든 클랜전 하다가.. 아!.. 버스!
하면서 뛰쳐 나와서 막차 탔습니다.. 버스 안에 서너명이 앉아 있더군요..ㅎㅎ
"학생 XX요"
"학생? 여기 200원 집어가라"(우리동네는 어른 1100원 학생 800원 초등학생 500원)
"니 놀다가 오나? 공부하다 오나?"
"일하다 오는데요.."
"그래.. 일하는거 열심히 해라"
'간만에 좋은 기사님 만났구나..' 하며 앉아 있었는데.. 스님 한분이 내리실려 하는겁니다..
"스님! 어디 간다고 하셨지예?"
"아.. 저기.. ㅁㄴㅇㄹㅁㄴㄹ(못들었어요..ㅜ_ㅜ)"
"스님 여기서 내리지 말고, 내가 조금 더 가다가 내려 드릴게 거기서 가면 돼요"
하더니, 정류장 지나치고 길가에 세우시더라구요.. 그리고는 스님 내리게 하시고는 같이 내려가서 길설명을 해드리더라구요.. '우와 기사님 정말 친절하다..좋은분이네'라고 생각하며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ㅎㅎ
한정거장 더 가니 할머니 한분이 타셨습니다.. (오늘이 장날이에요)
"할매! 추운데 뭐뭐 판다고 이래 늦게 타는교? 돈 많이 벌었나?"
"아이고마 내 막차 기다린다고 이때까지 기다렸다 아이가! 내 11시 20분까지 차 안오면 택시타고 갈라 캤다"
"할매 이게 막차다 아입니꺼.. 11시 20분까지 차 없어예" (이때가 11시 5분..)
"할매 일단 앉으소.. 차 출발하다가 넘어지면 우얄라 카노.."
"기사양반 고맙구레... 자 여기 2천원 받으소.. 내 택시타고 갈라캤는데 기사양반 2천원 드려야 겠다"
"아 할매 됐고, 천원만 넣으소.. 천원은 집어 넣고..."
"하이고 기사양반 고마워래이.."
"할매! 말만 하지 말고 맛있는거 뭐 없는교? 뭐 그래 사가노?"
"아.. 고기.."
"조기? 조기는 구워야되제.. 지금 먹을수 있는거 없는교?"
"다른건 물미역밖에 없다.."
"물미역? 그거 지금 무쳐주소.. 내 배고프다.."
"안된다~ 이거 우리아들 줘야 된다"
"할매 태우러도 안오는 아들 뭐가 좋다고 챙기는교?"
"우리아들 오늘만 내 태우러 안나온기다.."
"할매.. 뭐 농사 짓는데예?"
"내? 배농사 짓는다.. 와? 내일 갖다 줄까? 내일도 이시간에 하나?"
"아.. 내일 할매 볼까봐 쉴랍니더.."
"나중에 볼때 줄꾸마!"
"내가 할매 볼까봐 이 808번 그만두던가 해야지원.."
승객들 다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버스는 달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기사양반 내 저기 내라주소"
하니깐 "할매는 집 가깝네예.. 저기 아지매는 영천 가는데 차 끊기가 금호가서 택시타고 간답니더.."
하니깐 또 할머니랑 그 아주머니랑 이야기꽃을..
할머니 내릴때... 할머니가 "아.. 내아들한테 가봐야 겠다.. 기사양반.. 정류장 말고 저~ 빨간불 있는데까지만 가주소.." 하니깐 기사양반은 할머니가 말씀하신곳까지 가서 차를 세우고, 일어나서 할머니 부축해 드리고 내려드리더군요..
두정거장 더 가서.. 택시기사들 모이는곳(뭐라하죠?)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아지매! 택시 탄다메..택시 탈라면 여서 타는게 낫다! 택시 잡기도 힘들잖아!"
하면서 버스 세우시고는..
"앞으로 내리소! 저기 딱 택시 있네!"
앞문 열고, 아주머니 내려가실때.. 옆에 있는 택시가 창문을 내리는겁니다..
버스기사 아저씨.. 그걸보고또..
"택시! 영천! Go!" 외치고는 다시 출발...ㄷㄷ '기사님 최고!'를 마음속으로 연속으로 외쳤죠..
다음정거장.. 학생두명이 내리고.. 저와 기사님만이 남았어요..
"학생.... 어디서 내리노?"
"다음 정거장이요.."
"앞으로 내리라마.."
"예"
"학생 고등학생이가?"
"예"
"일도 해보고 해보고 싶은거 많이 해봐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
"대학교 가기전에 일도 해보고 할려구요"
"좋은 생각이다.. 사회생활 적응도 하고 일하는것도 나쁘진 않다.. 일 열심히 해라.."
"예.. 감사합니다.."
"학생 길 조심해서 잘 드가래이~"
"예 기사님 수고하세요..!!"
버스에서 내리고 마냥 웃기만 했습니다 기분좋아서..^^;
여러분은 이런적 없나요? 너무 행복한 나머지 대화내용이 다 아직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