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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야 한다"라고 했다. 작은 일과 작은 옳음이 작은 차이를 만든다. 진보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 박노해 시인

2014.09.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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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29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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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웅제 -

창너머 나른한 햇빛이 신문자락 같이 펼쳐지면
어깨를 짓누르는 나른한 책임감에 그는
표정없이 팔을 한번 툭 추스른다.
그를 바라보는 회색 건물들 사이로 굽어진 그림자가 지쳐 누우면
열리지도 않는 창문 앞에 앉아 
낡은 서류를 넘기듯 창밖으로 시선을 넘긴다.

눅눅한 거리 곳곳엔 거짓과 비겁이 검게 덩어리져 진득하게 붙어 있다.
그는 뜨거운 물을 붓고 휘휘 저어 검은 덩어리들을 녹이고
커피처럼 홀짝거리기 시작한다.
세상이 그에게 알려준 건 둥글게 살라는 것이었다.
둥글게 살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잘못 들어온 인터넷 창을 닫듯 손가락질 한 번에 잊을 수 있어야 한다.

딸깍. 딸깍. 딸깍.
그는 머릿속의 사소한 외침들을 닫아버린다.
원초로부터 오는 아득한 소리들. 
탁한 정신 속에 종료되듯 가라앉은 재귀의 질문.
그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어떠한 개성도 검은 정장과 넥타이,
수십 통의 전화  앞에서는 그저 한 모금 푸념일 뿐.
여름도 겨울도 없이 꿉꿉한 존재감만이 물먹은 솜처럼 가득한 이곳
어디에도 그는 없다.
그래서 그는 존재한다.

2011. 11.  7 작성
2012. 10. 21 수정

---------

도시에서 산다는 것.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 제목인 '빈 문서/Untitled'는 문서 편집기를 처음 열면 나오는 문서의 제목으로,
    그 자체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존재하는('있는')
    역설적인 상황과 존재를 나타내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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